미국에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가 던진 이야기
2026-01-25
최저임금만 올리면 ‘중국이 이기는 게임’이 된다
최저임금이 오르는 게 언제나 나쁜 건 아니다.
문제는 임금이 오르는 순간, 경쟁 상대의 조건이 같이 올라가느냐다. 여기서 한국은 이상한 게임을 하고 있다.
국내 공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생산단가가 바로 뛴다. 인건비는 제조원가에 직격탄이다. 그런데 같은 시기에 수입되는 중국 제품 가격이 그대로면, 경쟁의 룰이 바뀐다. 국내 기업은 단가가 올라가서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고, 소비자는 “비슷하면 더 싼 걸 사지”로 움직인다. 결국 결과는 하나다.
최저임금 인상은 ‘국내 생산의 발목’을 잡고, 값싼 수입품의 점유율을 키운다.
의도가 어떻든, 체감 결과는 중국이 웃는 구조다.

1) “그 월급도 못 주면서 무슨 회사냐”는 말이 현실을 지운다
최저임금이 오를 때마다 반복되는 말이 있다.
“그 정도 월급도 못 주면 회사 하지 마라.”
듣기엔 통쾌하다. 하지만 그 말이 현실의 공장을 없앤다.
회사가 문을 닫으면 ‘악덕 사장’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일자리 자체가 사라진다.
그리고 공장이 사라진 자리는 다시 공장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한번 해외로 빠져나간 생산라인은 공급망, 인력, 기술 축적까지 통째로 옮겨간다. 그다음부터는 “임금 인상 → 가격 인상 → 판매 감소 → 구조조정 → 해외 이전”이 자동 루프가 된다.
최저임금을 못 버틴 기업을 욕하는 순간, 우리는 동시에 말해야 한다.
그 기업이 사라진 자리는 무엇이 채우는가?
대부분은 수입품이다.


2) 관세가 왜 나오냐고? “자국 제품 보호”라는 가장 원초적인 본능이다
트럼프가 왜 관세를 올리려 했는지 생각해보자.
관세는 멋있는 정책이 아니다. 한마디로 자국 산업 보호막이다.
자국 기업이 연구개발하고, 설비 투자하고, 품질을 올려서 만든 제품이
가격 덤핑에 가까운 수입품에 두들겨 맞고 죽으면, 그 다음은 무엇이 남나?
기술도, 인력도, 제조 기반도 같이 빠져나간다.
관세는 이 사슬을 끊기 위한 장치다. 완벽하지 않아도, “시장만 믿고 그냥 버텨라”보다 훨씬 현실적일 때가 있다.
즉 관세의 핵심은 감정이 아니라 구조다.
산업이 살아야 기술 투자가 생기고, 기술 투자가 있어야 경쟁력이 생긴다.
3) “우린 최첨단 기술로 버티면 된다”는 착각
반론은 늘 이렇다.
“우린 첨단 기술로 먹고 산다. 중국이 못 따라온다.”
그런데 질문 하나만 하자.
중국이 못 따라오는 기술만으로 나라 전체 일자리를 지킬 수 있나?
대기업 몇 개가 독점으로 버틴다고, 중소 제조업과 협력사, 지역 공장이 버티나?
또 하나. 기술은 영원히 독점되지 않는다.
모방, 추격, 인력 스카우트, 공급망 장악, 가격 공세. 중국은 이 모든 방식으로 따라온다. ‘삼성도 언제든 안전하지 않다’는 불안이 괜한 얘기가 아닌 이유다. 첨단 기술만 남고 제조 생태계가 무너지면, 그 첨단도 결국 고립된다.
기술은 생태계 위에 있고, 생태계는 제조 기반 위에 있다.

4) 최저임금 인상은 “선의의 정책”이 아니라 “조건부 정책”이다
최저임금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전제가 있다.
생산성(기술/자동화/교육)이 같이 올라가야 하고
영세기업이 적응할 시간과 지원이 있어야 하고
공정 경쟁(불공정 수입, 덤핑, 보조금)에 대한 방어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방어 없이 인건비만 올리면 어떻게 되나?
자동화 못 하는 업체부터 무너지고
인원은 줄고, 남은 사람 업무는 늘고
가격은 오르고, 소비는 빠지고
결국 해외 제품이 시장을 차지한다
그러면 남는 건 “임금이 올랐다”는 명목뿐이다.
실제로는 일자리와 제조 기반이 줄어드는 쪽으로 가속된다.
5) 그럼 ‘차별금지법’ 같은 제도가 왜 연결되냐?
여기서 말하고 싶은 건 법 자체의 선악이 아니라, 정책 패키지의 방향이다.
어떤 제도가 도입되든,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면 기업의 고정비 부담은 커진다.
부담이 커지면, 기업은 버티기 위해 “사람을 줄이거나”, “외주로 돌리거나”, “해외로 옮긴다.”
이때 생산성과 경쟁력이 같이 올라가지 않으면, 결과는 늘 같다.
규제·비용은 국내에 쌓이고, 시장은 수입품으로 채워진다.
결론: “임금”이 아니라 “국가 경쟁의 구조”를 먼저 설계해야 한다
사람이 잘 살자고 임금을 올린다. 그 취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현실은 취지대로 안 움직인다.
임금은 비용이고, 비용은 가격이며, 가격은 시장점유율이고, 점유율은 일자리다.
그래서 최저임금을 올리려면 동시에 해야 할 일이 있다.
덤핑·보조금·불공정 수입에 대한 방어(관세/세이프가드/원산지 규정 강화)
국내 제조업 생산성 투자(자동화, 공정 혁신, 인력 재교육)
영세기업의 단계적 적응(속도 조절, 지원, 세제)
“기업을 악으로 몰아세우는” 감정 정치 대신, 생태계 유지 전략
지금처럼 방어 없이 비용만 올리고, 버티는 기업을 “나쁜 놈”으로 몰아붙이면, 누가 이기나?
기업이 아니라, 시장을 잠식한 수입품이 이긴다.
그리고 그 수입품의 대부분은 중국에서 온다.
최저임금이 오르는 게 곧바로 “정의”가 되진 않는다.
정의가 되려면, 국내 산업이 버틸 구조가 먼저 있어야 한다.
그 구조 없이 올리는 임금은 결국 “좋은 말로 포장된 국내 제조업 디스카운트”가 된다.
블로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