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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악어를 죽이려 했던 밤

나는 놀라서 도망쳤다. 분명 내 집이었는데, 그 안에서 악어 한 마리가 미친 듯이 날뛰고 있었다. 어디서 들어왔는지도 모르겠고, 왜 그렇게 날뛰는지도 알 수 없었다. 다만 확실한 건 하나였다. 저놈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마침 내 손에는 이상한 막대기 하...

칼럼 2026-05-27 악어를 죽이려


나는 놀라서 도망쳤다.

분명 내 집이었는데, 그 안에서 악어 한 마리가 미친 듯이 날뛰고 있었다. 어디서 들어왔는지도 모르겠고, 왜 그렇게 날뛰는지도 알 수 없었다. 다만 확실한 건 하나였다. 저놈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는 것.

마침 내 손에는 이상한 막대기 하나가 들려 있었다. 끝에는 꼬깔콘처럼 생긴 것이 씌워져 있었고, 이상하게도 그 안에 악어를 몰아넣기 딱 좋아 보였다. 나는 정신없이 악어를 쫓았다. 이리저리 몸을 비틀며 날뛰는 악어를 겨우 그 꼬깔콘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런데 그 꼬깔콘은 쇠로 되어 있었다.

나는 그 안에 갇힌 악어를 바닥에 계속 내려쳤다. 어떻게든 죽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서웠고, 다칠 것 같았고, 내 집을 엉망으로 만드는 저 존재를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다. 바닥에 부딪힐 때마다 둔탁한 소리가 났고, 어느 순간 빨간 피가 보였다.

죽었는지는 모르겠다.

그 순간 잠에서 깼다.

눈을 뜨고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이상한 꿈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쉽게 잊히지 않았다. 더 이상했던 건, 내가 한때 악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는 사실이 떠올랐다는 것이다. 얼굴이 닮아서였는지, 인상이 그랬는지, 어쨌든 나는 한때 악어였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꿈속에서 내가 죽이려 했던 그 악어는 혹시 나였던 걸까.

내가 무서워서, 내가 날뛰고 있어서, 내가 나를 죽이려 했던 건 아닐까.


사람들은 사자나 호랑이, 악어 같은 육식동물을 좋아한다. 멋있다고 말하고, 강하다고 말하고, 신비롭다고 말한다. 하지만 가까이 두지는 않는다. 케이지 안에 가두고 멀리서 바라본다. 길들여지지 않은 동물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언제 물지, 언제 달려들지, 혹시 내가 다치지는 않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강아지와 고양이는 사랑받는다. 물론 그들도 이빨과 발톱이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안다. 저 동물이 나를 해치려는 게 아니라는 것을. 밥을 달라고 짖는 강아지가 밉지 않은 이유도 그렇다. 저 짖음이 공격이 아니라 요구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저 행동 뒤에 적의가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날카로운 동물은 꼭 미움받는 것이 아니다.

다만 거리를 두게 된다.

가까이 다가가기 전부터 조심하게 되고, 혹시 해가 될까 먼저 방어하게 된다. 심하면 공격받기도 한다. 꿈속의 내가 악어에게 했던 것처럼.


그 생각이 오래 남았다..


나는 날선 동물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순박하기만 하라는 뜻은 아니다. 바보처럼 참고만 살라는 말도 아니다. 정당한 요구는 해야 한다. 부당한 일에는 말해야 하고, 내 권리는 지켜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불만, 비난, 뒷담화, 시비처럼 날카로운 방식으로만 튀어나오면 사람들은 내 말을 듣기 전에 나를 경계한다.

내용보다 태도가 먼저 보일 때가 있다.

말보다 기세가 먼저 닿을 때가 있다.

그 순간 나는 억울함을 말하고 있어도, 상대에게는 공격처럼 보일 수 있다.

누군가는 악어를 좋아할 수도 있다. 강한 사람, 거친 사람, 자기 할 말을 하는 사람을 좋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악어가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사회는 그런 악어를 오래 두지 않는다. 이해하기 전에 피하고, 피하다가 안 되면 가두고, 그래도 안 되면 없애려 한다.

꿈속의 나는 그 악어가 무서웠다.

그래서 죽이려 했다.

그런데 깨어보니 그 악어가 나 같았다.

어쩌면 나는 내 안의 날카로움을 두려워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남에게 상처 주기 전에, 내가 먼저 나를 공격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가진 불만과 분노와 방어심을 제대로 다루지 못해서, 결국 그것을 없애야 할 괴물처럼 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신을 믿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꿈은 그냥 꿈으로 끝나지 않는다.

잠에서 깬 뒤에도 마음 한가운데 남아,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이게 신의 계시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는 알 것 같다.

내 안에 악어가 있다면, 죽일 것이 아니라 길들여야 한다.

날카로움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아무 때나 물지 않도록 다스려야 한다.

강함은 남을 위협할 때가 아니라, 스스로를 조절할 때 더 분명해진다.

나는 앞으로 조금 덜 날뛰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말해야 할 것은 말하되, 물어뜯지는 않는 사람.

화가 나도 상대를 공격하기 전에 한 번 멈출 줄 아는 사람.

억울함을 표현하되, 나 자신까지 괴물로 만들지는 않는 사람.

꿈속에서 나는 악어를 죽이려 했다.

하지만 깨어난 뒤 알았다.

정말 죽여야 할 것은 악어가 아니라,

내 안의 날선 방식이었다.